17:1

17:1의 허접함

 

공공의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개인의 역량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영웅이라는 수식을 붙이기 좋아하는 허영과

한 사람의 능력을 지나치게 과장하는 논리 없는 논리에

당연하게 들 수 밖에 없는 의구심은

합리적 사고가 가능하다면 불가피한 지적 마지노선이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서독을 코스프레한 우스꽝스러운 이름으로 미화된

7-80년대 대한민국의 경제적 성장은

자화자찬을 여과없이 받아들여,

정말로 무관 출신인 지도자 한 명의 탁월한 카리스마와 대쪽같은 인격으로 가능한 것인가?

굳이 "백년전쟁"이라는 반대편에 서 있는 다소 감정적인 다큐를 들여다 보지 않더라도

한민족의 근면성이나 독재적인 스파르타식 지도로 그러한 일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아니 알 수 있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지적인 존재라면...

 

왕년에 누가 17명의 적을  홀홀단신으로 모두 제압했다더라는 무용담이

여전히 대중성있는 이야깃거리라는 건 알지만,

재미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아니, 의도적으로 구분하지 않는 심리는 역시 어딘가 부족해 보인다.

백번 양보해서 허접해도 좋다. 

굳이 무용담을 자신의 이야기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정색할 필요야 있겠는가, 기꺼이 웃어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과거의 위정자들에게 이입시켜, 옳지 못했던 과거까지 정당화하고

현재로 확장시켜 우리 삶에 영향을 주는데 이용하려든다면 그건 정색할 일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우리에게 해롭고 앞으로도 상당히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정치는 끊임없이 위인을 찾아 헤멘다.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을 끊임없이 기다리는 은근과 끈기는 

어디서 나오는 건지...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는 소리없는 아우성처럼 

아무도 듣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는 시점이 언제일지...

"그마해라 마이무따 아이가"